카테고리 없음

사주는 정말 통계학일까?

사카 2025. 6. 4. 08:07
반응형

 


사주의 기본 전제,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 즉 사주팔자를 기준으로 인간의 성격, 진로, 심지어 운명까지 예측합니다. 이건 마치 하나의 숫자 조합만으로 사람의 일생을 설명하겠다는 뜻인데요. 과연 가능할까요?

사람의 성격과 삶의 흐름은 유전, 양육 환경, 교육 수준, 사회 구조, 경제력 등 수십 가지 요소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데 사주는 단 4가지 요소(년·월·일·시)로 이를 설명하려 하죠. 수학적으로 보면 입력값(Input)은 4개인데 출력값(Output)은 사실상 무한대입니다. 이는 명백한 '과소모델링(underfitting)'입니다. 즉, 너무 단순한 변수로 너무 복잡한 결과를 예측하려는 모델은 정확도가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사주, 다른 인생"이라는 반례

사주가 진짜 과학적이라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사람은 거의 비슷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1990년 5월 5일 오전 7시에 서울과 평양, 혹은 서울과 시골 마을에서 동시에 태어난 두 사람은 사주상으로는 동일하지만, 실제 삶은 전혀 다릅니다. 이처럼 동일 사주를 가진 수천 명의 사람들의 인생이 서로 다른 것은 통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반례입니다. 예측 모델이 통계학적 기반을 가진다면 이 정도 편차는 설명되어야 합니다.


사주에는 통계가 없다

사주를 ‘경험에 기반한 통계학’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에서 말하는 통계란 ‘수치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검증 가능한 반복성’을 전제로 합니다. 예를 들어, A형 혈액형이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가설이 있다면, 수천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내성적인 성향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야 하죠. 그러나 사주에는 이러한 ‘수집된 데이터’, ‘상관관계 검증’, ‘반복 실험’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비율이 유사한 성격과 운명을 가졌는지, 객관적 통계는 공개된 적이 없으며 학술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심리학의 조명: 바넘 효과와 확증편향

사주가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넘 효과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겉보기엔 차분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뜨겁고요. 사람들 눈치도 은근히 보면서도 자기 고집이 강한 편이죠?”라는 말에 대부분의 사람은 “맞아요!”라고 반응합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죠. 마치 점성술이나 성격유형 검사(MBTI)에서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또 하나는 확증편향입니다. 사주를 보고 “올해 재물이 들어올 운이다”라고 들은 사람이 나중에 10만 원이 생기면 “역시 맞았어”라고 기억하지만, 10만 원을 잃었을 땐 그냥 넘어가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는 심리적 메커니즘이죠.


재현성과 과학적 모델의 부재

수학적 모델이라면 같은 입력값을 넣으면 같은 출력값이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반복적으로 실험 가능해야 하죠. 하지만 사주는 해석하는 사람마다 다르고, 심지어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에게도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요. 이건 과학적 방법론이 아니라 주관적 해석 기반의 서사 구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서사는 종종 개인의 감정에 의존해요.


사주는 '믿음'이지, '과학'은 아니다

사주가 위로가 되거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도구로 사용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종교처럼요. 그러나 그걸 과학적 도구나 통계 모델로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수학과 과학은 예측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어야 하고, 반복 실험이 가능해야 합니다. 사주는 이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즉, 사주는 삶을 예측하는 과학적 도구가 아니라, 삶을 해석하려는 문화적 상징체계에 가깝습니다. 믿을 수는 있지만, 그 믿음이 과학은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반응형